물방울 연작김창열 · 1972–
회화1972년 파리 살롱 드 메 출품작에서 시작된 김창열 필생의 연작. 거친 마대나 캔버스 위에 극사실로 그려진 물방울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긴장을 만들며, 반복되는 그리기의 행위는 수행(修行)에 비유되어 왔다. 후기에는 천자문 글자 위에 물방울을 얹은 〈회귀〉 연작으로 이어져 문자와 물방울, 동양적 정신과 서구 회화의 만남을 완성했다. 〈회귀〉 도판 보기 ↓
김창열의 물방울은 사진처럼 정밀하지만 실재하지 않는다. 캔버스나 마포의 거친 표면 위에 유화 물감의 명암만으로 완성되는 물방울은 빛과 그림자의 환영이다. 하나의 물방울이 화면 전체와 긴장을 이루기도 하고, 수백 개의 물방울이 화면을 뒤덮기도 한다. 작가는 이 반복을 "물방울 속에 모든 기억을 용해시키는" 정화의 의식이라 설명했다 — 전쟁에서 잃은 이들에 대한 씻김굿이었던 셈이다.
1972년 파리 살롱 드 메 출품으로 시작된 연작은 마포 시기, 모래·나무판 등 지지체 실험기를 거쳐, 1980년대 후반부터 천자문 위에 물방울을 얹는 〈회귀〉 연작으로 확장되었다. 유년에 조부에게 배운 천자문은 작가에게 정신의 고향이었고, 문자와 물방울의 겹침은 동서양 회화의 만남으로 평가된다. 아트피디아 도판의 〈회귀〉가 이 시기의 작업이다.